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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끝자락에서 마주하는 잔잔하면서도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영화 3편을 소개한다.
1.스트레이트 스토리 (The Straight Story)
감독: 데이비드 린치 (David Lynch)
출시년도: 1999년
국가: 미국
2.스틸 라이프 (Still Life)
감독: 우베르토 파솔리니 (Uberto Pasolini)
출시년도: 2014년
국가: 영국
3.네브래스카 (Nebraska)
감독: 알렉산더 페인 (Alexander Payne)
출시년도: 2013년
국가: 미국
전체 리뷰 펼치기 / 접기 <스트레이트 스토리 (The Straight Story:1999)>
1편. 스트레이트 스토리 (The Straight Story)
사람은 때로 한없이 느린 존재다. 때로는 기어가다시피 인생을 지나치는 순간이 있고, 그 순간들은 종종 그 자체로 큰 울림을 남긴다.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 스트레이트 스토리는 바로 그 느림의 미학을 담은 작품이다. 이 영화는 말 그대로 한 남자의 느리고도 외로운 여정을 그린다. 그러나 그 길 위에서 우리는 인생의 무게와 가족의 의미, 그리고 인간의 존엄을 다시금 마주하게 된다.
주인공 알빈 스트레이트는 건강이 좋지 않은 노인이다. 심장병과 시력 문제로 더 이상 운전도 할 수 없는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형과 화해하기 위해 300마일(약 480km) 거리를 잔디 깎는 트랙터를 타고 떠난다. 고작 시속 8km 남짓한 속도로, 길가의 나무들이 천천히 뒤로 밀려나는 그 느림의 행렬은 마치 그의 지난 삶을 되짚는 회상처럼 보인다.
알빈은 이 여행을 통해 길 위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고장 난 트랙터를 고쳐주는 청년, 길 위에서 눈물을 흘리는 소녀, 아내의 임신을 기다리는 전직 전쟁 참전용사 등. 각자의 사연을 가진 그들은 짧은 순간이지만 알빈의 여정에 의미를 더해준다. 이 만남들은 마치 그의 인생에서 스쳐 지나갔을 수많은 인연들을 상징하는 듯하다. 그리고 그 만남들이 알빈에게는 형과 화해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작은 용기’를 주는 순간들이다.
영화는 흑백 화면 대신 따뜻한 가을의 색감으로 가득 차 있다. 붉고 노란 단풍잎, 길게 뻗은 평원, 그리고 저녁 노을 속을 천천히 가로지르는 알빈의 트랙터. 이 느린 여정은 삶이란 결국 작고도 큰 기적들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일깨운다.
사람은 때로 한없이 느린 존재다. 때로는 기어가다시피 인생을 지나치는 순간이 있고, 그 순간들은 종종 그 자체로 큰 울림을 남긴다.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 스트레이트 스토리는 바로 그 느림의 미학을 담은 작품이다. 이 영화는 말 그대로 한 남자의 느리고도 외로운 여정을 그린다. 그러나 그 길 위에서 우리는 인생의 무게와 가족의 의미, 그리고 인간의 존엄을 다시금 마주하게 된다.
주인공 알빈 스트레이트는 건강이 좋지 않은 노인이다. 심장병과 시력 문제로 더 이상 운전도 할 수 없는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형과 화해하기 위해 300마일(약 480km) 거리를 잔디 깎는 트랙터를 타고 떠난다. 고작 시속 8km 남짓한 속도로, 길가의 나무들이 천천히 뒤로 밀려나는 그 느림의 행렬은 마치 그의 지난 삶을 되짚는 회상처럼 보인다.
알빈은 이 여행을 통해 길 위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고장 난 트랙터를 고쳐주는 청년, 길 위에서 눈물을 흘리는 소녀, 아내의 임신을 기다리는 전직 전쟁 참전용사 등. 각자의 사연을 가진 그들은 짧은 순간이지만 알빈의 여정에 의미를 더해준다. 이 만남들은 마치 그의 인생에서 스쳐 지나갔을 수많은 인연들을 상징하는 듯하다. 그리고 그 만남들이 알빈에게는 형과 화해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작은 용기’를 주는 순간들이다.
영화는 흑백 화면 대신 따뜻한 가을의 색감으로 가득 차 있다. 붉고 노란 단풍잎, 길게 뻗은 평원, 그리고 저녁 노을 속을 천천히 가로지르는 알빈의 트랙터. 이 느린 여정은 삶이란 결국 작고도 큰 기적들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일깨운다.
전체 리뷰 펼치기 / 접기 <스틸 라이프 (Still Life) (2019)>
2편. 스틸 라이프 (Still Life)
누군가가 살아온 흔적은, 그가 떠난 후에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조차 사라지면 완전히 잊히고 만다.
《스틸 라이프》는 바로 그 ‘잊힘’에 대한 이야기다.
존 메이는 시청의 무연고자 장례를 담당하는 공무원이다. 그의 일상은 극도로 규칙적이고 반복적이다. 버려진 삶의 자취를 수습하고, 홀로 죽은 이들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일. 그가 준비하는 장례식에는 늘 그 혼자뿐이다. 낡은 장례차, 빈자리만 가득한 예배당, 형식적인 목사의 기도. 존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죽은 이들의 마지막을 존중한다. 그가 남긴 조문은 늘 정성스럽게 써 내려간 것이었다. 단 한 줄, 단 한 단어라도 고인의 삶을 담아내기 위해 머뭇거리고, 다시 생각하고, 조심스레 눌러 쓴 문장들. 그의 글에는 무연고자라 할지라도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품위’를 지키고자 하는 깊은 마음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그 성실함조차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조롱받는 시대다. 결국 그의 부서는 예산 삭감으로 인해 폐지되고, 존은 마지막으로 맡게 된 고인의 장례를 끝으로 일터를 떠나게 된다. 이번엔 남은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 존은 이번 마지막 임무에서 유난히 집요해진다. 그가 떠나는 길은 곧 그 자신이 언젠가 맞이할 마지막 여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마침내 존의 장례식이 열린다. 텅 빈 자리일 줄 알았던 예배당에 하나둘씩 사람들이 들어선다. 그가 정성껏 준비한 무연고자의 장례에서 인연이 닿았던 사람들이 그를 기억하고, 그를 위해 고개를 숙인다.
존의 삶은 그렇게 끝났지만, 그가 떠난 자리는 결코 완전히 비어 있지 않았다. 그것이 ‘존 메이’라는 한 인간의 마지막 증명이었다.
누군가가 살아온 흔적은, 그가 떠난 후에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조차 사라지면 완전히 잊히고 만다.
《스틸 라이프》는 바로 그 ‘잊힘’에 대한 이야기다.
존 메이는 시청의 무연고자 장례를 담당하는 공무원이다. 그의 일상은 극도로 규칙적이고 반복적이다. 버려진 삶의 자취를 수습하고, 홀로 죽은 이들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일. 그가 준비하는 장례식에는 늘 그 혼자뿐이다. 낡은 장례차, 빈자리만 가득한 예배당, 형식적인 목사의 기도. 존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죽은 이들의 마지막을 존중한다. 그가 남긴 조문은 늘 정성스럽게 써 내려간 것이었다. 단 한 줄, 단 한 단어라도 고인의 삶을 담아내기 위해 머뭇거리고, 다시 생각하고, 조심스레 눌러 쓴 문장들. 그의 글에는 무연고자라 할지라도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품위’를 지키고자 하는 깊은 마음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그 성실함조차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조롱받는 시대다. 결국 그의 부서는 예산 삭감으로 인해 폐지되고, 존은 마지막으로 맡게 된 고인의 장례를 끝으로 일터를 떠나게 된다. 이번엔 남은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 존은 이번 마지막 임무에서 유난히 집요해진다. 그가 떠나는 길은 곧 그 자신이 언젠가 맞이할 마지막 여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마침내 존의 장례식이 열린다. 텅 빈 자리일 줄 알았던 예배당에 하나둘씩 사람들이 들어선다. 그가 정성껏 준비한 무연고자의 장례에서 인연이 닿았던 사람들이 그를 기억하고, 그를 위해 고개를 숙인다.
존의 삶은 그렇게 끝났지만, 그가 떠난 자리는 결코 완전히 비어 있지 않았다. 그것이 ‘존 메이’라는 한 인간의 마지막 증명이었다.
전체 리뷰 펼치기 / 접기 <네브래스카 (Nebraska)(2013) >
3편.네브래스카 (Nebraska)
어떤 길은 목적지보다 그 여정이 더 깊은 의미를 남긴다. 《네브래스카》는 바로 그런 길 위의 이야기다.
주름진 얼굴에 깊은 주름처럼 지난한 세월의 흔적을 지닌 우디 그랜트, 알콜 중독과 치매로 아내와 아들들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존재가 되어버린 그는 백만 달러에 당첨되었다는 엽서를 손에 쥔 채 무작정 네브래스카로 떠나겠다고 고집을 피운다. 그에게는 이미 현실이 아닌 과거의 잔상들만이 선명하다.
우디의 아들 데이비드는 처음엔 아버지의 집요함이 짜증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결국 그 엽서가 단순한 사기임을 알면서도 함께 길을 떠나기로 한다. 더 이상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 아버지와의 마지막 여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를 움직였다.
그들의 여정은 천천히, 그러나 단호하게 펼쳐진다. 길가의 허름한 모텔, 낡은 주유소, 오랜 세월의 흔적이 남은 작은 마을들. 두 사람은 길 위에서 과거의 그림자들과 마주하고, 그동안 묻어두었던 가족의 기억을 꺼내 든다. 데이비드는 그제서야 우디가 그저 괴팍한 노인이 아니라, 실패와 후회, 그리고 자존심에 갇힌 한 인간임을 깨닫는다.
영화의 마지막, 그들이 네브래스카에 도착했을 때, 백만 달러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데이비드는 자신의 아버지가 그 길 위에서 마지막으로 되찾고 싶었던 것은 돈이 아닌 ‘자존심’이었음을 이해하게 된다. 오래된 트럭을 몰고 마을을 당당히 지나가는 우디의 얼굴엔 비로소 잃어버린 세월을 되찾은 듯한 평온이 깃들어 있다.
우디는 끝내 꿈꾸던 백만장자가 되진 못했지만, 그와 그의 아들은 그 여정에서 잃어버린 가족의 온기를 다시 발견한다.
어떤 길은 목적지보다 그 여정이 더 깊은 의미를 남긴다. 《네브래스카》는 바로 그런 길 위의 이야기다.
주름진 얼굴에 깊은 주름처럼 지난한 세월의 흔적을 지닌 우디 그랜트, 알콜 중독과 치매로 아내와 아들들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존재가 되어버린 그는 백만 달러에 당첨되었다는 엽서를 손에 쥔 채 무작정 네브래스카로 떠나겠다고 고집을 피운다. 그에게는 이미 현실이 아닌 과거의 잔상들만이 선명하다.
우디의 아들 데이비드는 처음엔 아버지의 집요함이 짜증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결국 그 엽서가 단순한 사기임을 알면서도 함께 길을 떠나기로 한다. 더 이상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 아버지와의 마지막 여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를 움직였다.
그들의 여정은 천천히, 그러나 단호하게 펼쳐진다. 길가의 허름한 모텔, 낡은 주유소, 오랜 세월의 흔적이 남은 작은 마을들. 두 사람은 길 위에서 과거의 그림자들과 마주하고, 그동안 묻어두었던 가족의 기억을 꺼내 든다. 데이비드는 그제서야 우디가 그저 괴팍한 노인이 아니라, 실패와 후회, 그리고 자존심에 갇힌 한 인간임을 깨닫는다.
영화의 마지막, 그들이 네브래스카에 도착했을 때, 백만 달러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데이비드는 자신의 아버지가 그 길 위에서 마지막으로 되찾고 싶었던 것은 돈이 아닌 ‘자존심’이었음을 이해하게 된다. 오래된 트럭을 몰고 마을을 당당히 지나가는 우디의 얼굴엔 비로소 잃어버린 세월을 되찾은 듯한 평온이 깃들어 있다.
우디는 끝내 꿈꾸던 백만장자가 되진 못했지만, 그와 그의 아들은 그 여정에서 잃어버린 가족의 온기를 다시 발견한다.